레스토랑의 탄생에서 미슐랭 가이드까지 천랑서고 (天狼書庫)

★ 책이름 : 레스토랑의 탄생에서 미슐랭 가이드까지
★ 글쓴이 : 야기 나오코
★ 옮긴이 : 위정훈
★ 펴낸곳 : 따비


  "레스토랑의 탄생에서 미슐랭 가이드까지"라는 조금은 거창한 이름의 책입니다. ^^ 이 책에서 중심적으로 논하는 것은 미식 혹은 미식비평에 관한 내용입니다. 그리고, 그 주 소재 및 배경이 되는 것은 미식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사례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인이라는 점. 그 이유는 저자가 권두에서도 밝히고 있지만, 이 책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식가이드인 "미슐랭 가이드"가 일본본지역 레스토랑에 대한 정보를 담기 시작할 즈음에 쓰여진 책이기 때문입니다. (뭐, 저로서야 간만에 좀 정리된 느낌의 음식사에 관한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만. ^^)

  먼저, 곁다리로. '미슐랭 가이드'는 프랑스의 타이어 회사인 미슐랭에서 펴내는 미식정보서입니다.
  '미슐랭 타이어? 어.. 설마..'라고 생각하시면 그게 맞을 겁니다. 저희는 흔히 '미셰린'이라고 알고 있는 브랜드지요.
  먼저, 미식을 뜻하는 프랑스어 가스트로노미는 원래 그리스어 가스트로미아에서 유래했으며 가스트로('위(胃)'라는 뜻) + 노미('규범, 학문이라는 뜻')로 이루어집니다. 말하자면 '위에 관한 규범', ' 위에 관한 학문'을 뜻한다고 하겠습니다. 미식가로 유명한 브리야사바랭의 정의로는 "사람이 먹는 것에 관련된 체계적 지식의 총체이며, 그것의 목적은 보다 잘 먹음으로써 사람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에 있다."고도 하죠.

  이런 미식의 출발에 앞서.. 먼저 저자는 레스토랑의 출발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레스토랑이 본격적으로 출현하면서부터 그 레스토랑 등에 대한 평가도 가능한 것이었을테니까요. 저자는 프랑스에서의 레스토랑이 출현하게 된 계기는 프랑스 대혁명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프랑스 대혁명으로 말미암아 길로틴으로 보내지거나, 해외로 망명한 귀족들의 요리사들이나 궁정요리사들이 생계를 위해서 식당을 개업하면서 레스토랑들이 형성되었다고 보는 것이죠. 실제로, 프랑스의 오래된 레스토랑들은 거의 이 시기에 기원한다고도 하네요.(-_-; 우리나라도 국권침탈기에 궁중요리가 사가로 흘러나왔다고 하죠.) 물론, 그 이전에도 레스토랑은 있었습니다만.. 현재처럼 제대로 된 식사를 제공하기 보다는.. 부용(bouillon, 수프와 비슷한 국물요리) 등을 제공하는 간이식당이었다고 합니다. 레스토랑이라는 단어의 어원도 레스토레(영어로는 restore)로, 원기를 북돋는 국물요리에서 기원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시대순으로 미식과 미식평론의 발전 흐름을 인물들을 중심으로 정리하고 있는데요.
  먼저, 제2창 거성 카렘의 시대에서 마리 안토냉 카렘을 다루고 있습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허드렛일로부터 시작해서 당대 최고의 요리장인으로 인정받은 카렘은 요리의 대가로 명성을 떨쳤고, 프랑스의 요리들을 정리하기도 했습니다만.. 그의 존재로 인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요리사가 장인으로서 인정 받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그 이전까지 요리사는 궁중 혹은 귀족가문의 '고용인'의 신분이었습니다만.. 카렘의 등장과 성공으로 말미암아 독립된 장인으로서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었고.. 이는 이후 프랑스요리가 발전하는 초석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일개 고용인으로서 요리사가 가질 수 있는 창의성 같은 건 매우 맞았겠지요.)

  다음으로, 미식비평을 출현시킨 인물로 '그리모 드 라 레니에르'의 시대를 다루고 있는데요. 그리모는 "미식가 연감"이라는 현재
의 요리비평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책을 출판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미식심사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하죠. 그는 미식가연감을 통해서 기존 프랑스 전통요리라 할 수 있는 궁중요리 및 귀족요리를 소개하고, 적정한 기준을 제시하거나, 매너 등에 대해서도 소개합니다. 미식가 연감은 초판은 호평을 받았습니다만, 판을 거듭하면서 이런 저런 소송에 시달리기도 하고 혹평을 받기도 합니다. 그리모의 성공은 그의 미식에 대한 재능과 그의 열정에도 성공요인이 있었겠지만.. 그런 미식에 대한 규범이나 정보를 바라는 수요가 많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혁명 이후로 주류세력이 된 부르주아나 중산층들이 충분히 형성되었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다들 익히 들어보셨을 브리야사바랭이 나타납니다. "미각의 심리학"으로 유명한 미식가로 "당신이 어떤 것을 먹는지 말해보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맞혀보겠다". "치즈 없는 후식은 외눈박이 미녀다' 등의 말을 남기기도 했지요. 저자는 리모가 시대를 앞서가며 소비자들에게 요리의 정보를 전달했다면, 브리야사비랭은 자신의 인생경험에 비추어 먹는 것은 무엇인가를 성찰하고, 과학적 관점에서 보편적인 음식의 세계를 나타내려 노력했다고 평가합니다.

  그리고, 자동차시대의 가스트로노미와 지방의 발견이라는 장에서는 파리 레스토랑 중심의 미식비평을 벗어나, 각 지방의 레스토랑 및 토속요리에 대한 관심의 시대를 다룹니다. 이는 자동차의 보급으로 인하여 생활권이 넓어진 동시에, 교외나 지방으로의 드라이브가 생활문화로 어느정도 정착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봅니다. 그리고, 경기가 호전되면서 사람들의 생활에 여유가 생긴 덕이기도 하구요. (우리나라도 지방 맛집들에 대한 정보가 형성된 건 얼마되지 않았을 겁니다. 생활권의 확대도 확대겠지만, ^^ 역시나 미디어의 힘이 크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사실, 현재 우리나라의 맛집 혹은 미식이야기는 인쇄매체보다는 인터넷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하니까요.)

  이런 자동차와 결합된 미식의 시대에서.. 미슐랭가이드가 출현합니다. 타이어 회사에서 자동차 시대를 맞아, 파리 및 파리 근교의 레스토랑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죠. 초기에는 무상으로 배포되었습니다만, 나중에는 유료로 판매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유명한 '미슐랭 가이드'의 별점제도도 확립되고, 그 위상도 점차 높아지죠.
  하지만, 미슐랭 가이드는 보수적이고 고전적인 평가 기준을 가졌었습니다. 모든 레스토랑에 대해서 최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적용하다보니 나타난 현상이랄까요. 전통적인 프랑스 식당을 대상으로 하기에 새로운 점포의 발견도 어려웠고, 개성적인 요리측면의 평가도 어려웠습니다. 이 틈을 파고든 것이 바로 '고-미요'가이다. 미슐랭 가이드와는 다르게 '주관이 개입된' 미식 평가가 시작됩니다. (미슐랭 가이드의) 단순한 별점 중심의 평가를 넘어서서 긴 코멘트를 첨부하여 평가하게 되죠. 미슐랭 가이드가 평가하기 어려운 신진요리사나 가게에 대한 발굴도 많이 이루어지죠. ^^ 그리고, 단순한 요리비평을 넘어서서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요리발전 및 경향을 이끌게도 됩니다. 불합리하기도 했던 '과거의 관행'을 벗어나게 된 것이죠. (저도 -_-; 옛날 미식 관련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미식가는 날 토끼고기도 꺼림낌 없이 먹을 수 있는 사람이다'라거나, '사냥한 새는 보름가량 걸어서 숙성시킨 후에 먹어야 한다' 등의 글을 보면 도무지.. 상상도 잘 안되더라구요 -,.-) 

  ... 뭐.. 그러다가 다시 프랑스 요리의 위기-창의성의 부족 등-에 대한 이야기도 잠시 나오다가.. 결국 다시 일본에서의 미슐랭 가이드 이야기로 돌아가서 간단하게 정리하고 끝이 납니다.

  제 개인적인 평가는 (....).. 일본에서의 미슐랭 가이드 출범에 따라.. 미슐랭 가이드로 대변되는 프랑스 미식史를 정리한 책이랄까요. 전문적인 요리史 연구자들이나, 실제 요리를 하는 분들에게는 어찌 평가될지 모르겠습니다만. 풍속사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상당히 마음에 드는 책이었습니다. (물론, -,.- 미식이니, 가스트로노미니, 프랑스 요리니, 미슐랭 가이드 별점이니 하는 것과는 안드로메다 만큼 떨어져서 사는 처지이긴 합니다만 -,.-..) 교양을 위해서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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